[별복주의 라디오] 마음이 느슨해지는 시간, 비가 오는 금요일 밤 11시

지금 이 시간,
라디오를 켜두신 당신께 이 목소리가 닿기를 바라며,
여긴 PM 11:00, DJ 별복주입니다.

 

밖엔 조용히 비가 오고 있어요.
이렇게 늦은 금요일 밤,
창밖에 들려오는 빗소리는 오늘따라 조금 특별하게 느껴지네요.

아마도 그건… 우리 모두가 한 주를 너무도 열심히 버텼기 때문 아닐까요?
직장에서, 학교에서, 집에서, 어디선가 묵묵히 해낸 일들이 마음에 가득 쌓여
잠시라도 내려놓고 싶은 밤이잖아요.

음, 잠깐만요.
지금 막 도착한 짧은 사연 하나가 있네요.
"DJ님, 오늘도 겨우겨우 버텨낸 하루였어요. 집에 오는 길에 비가 내려서, 그나마 위로받는 기분이었달까요."

... 아, 참. 그런 날 있죠.
누군가 말 걸지 않아도, 어깨 토닥이지 않아도,
그냥 하늘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이 괜히 나를 알아주는 것 같은 날.

지금 이 시간,
당신의 방 안엔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나요?

불은 꺼두셨나요?
조용히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나요?
아니면 아직 냉장고 앞에 서서, 맥주 하나 꺼낼까 말까 망설이고 계신가요?

괜찮아요. 뭐든지 괜찮아요.
지금 이 금요일 밤은요,
누구에게도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거든요.

다들 “불금”이라고들 하잖아요?
그런데 저는 이 시간이야말로 진짜 금처럼 귀한 밤이라고 생각해요.
시끄러운 모임보다, 번쩍이는 조명보다,
이렇게 조용히 나를 마주할 수 있는 밤이 훨씬 더 필요하니까요.

차 한 잔을 내려놓고,
그윽하게 퍼지는 향기와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요.
마음이 느슨해지는 이 밤,
우린 잠시라도 ‘괜찮은 사람’이 될 수 있어요.

그리고, 오늘 같은 밤에는…
시 한 편이 필요하겠네요.

비 오는 금요일, 밤 11시

늦은 밤 창밖엔
조용히 비가 내립니다  

세상은 다 잠든 것 같은데  
내 마음만 덜컥 깨어 있어요  

하루를 버틴 나에게  
누군가 말없이 등을 토닥여 줬으면  

이 빗소리가  
혹시 그런 위로가 될 수 있다면  

지금 이 순간  
라디오 너머 당신에게도  
그 위로가 닿기를  

 

오늘도 잘 견뎌내신 여러분,
지금 이 시간만큼은, 누구보다 소중하고 고운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.

우린 다시 내일의 파도를 마주하겠지만,
그전에, 지금 이 밤은...
당신을 위해 준비된 선물 같은 시간이에요.

조금은 마음을 풀어도 괜찮아요.
지금은 PM 11:00, 그리고 여긴 DJ 별복주의 라디오입니다.